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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와 익명성 효과가 반사회적 행동을 부추긴다

해피매니아 2023. 1. 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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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려 절에 발이 묶이자 장개는 엉뚱한 생각을 품고 부하를 불렀다

"우리가 이래 봬도 황건적 출신 아니냐? 도겸의 수하 노릇을 해 봐야 할 일만 많고 돈 나올 구멍이 별로 없으니 못 해 먹겠다. 저 노인네를 봐라 식솔을 무더기로 거느렸는데 돈이 많은지 하나같이 기름이 좔좔 흐르지 않냐. 여기서 한밑천 잡지 못할 게 뭐란 말이냐. 오늘 밤 3경에 산적이 나타났다고 소리를 칠 테니 저들을 모조리 죽인 다음 재물을 갖고 달아나자!"

장개의 수하는 이런 일에 이골이 난 도적 출신이었으니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장개 일당은 이처럼 대담한 일을 어떻게 저지를 수 있었을까? 사회심리학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군중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특정한 집단에 속한 개인은 혼자서 하지 못하거나 할 수 없는 일을 해내곤 한다 군중 속에  섞임으로써 도덕의 속박에서 자유로워지고 심지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있게 되어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 중 벌어진 사례를 살펴보자. 미군이 바그다드 공습을 시작하자 사담 후세인의 독재에서 "해방"된 사람들은 순식간에 벌떼처럼 무리를 지어 병원과 도서관 박물관 등으로 쳐들어가 돈이 될만한 물건은 몽땅 훔치기 시작했다. 바그다드 국립박물관은 불과 48시간 만에 수천 여점의 소장품을 남김없이 털렸다. 사이언스 Science 지는 이 사건을 두고 "스페인 정복자들의 약탈 이후 가장 심각한 사건이다. 아즈텍, 잉카 문명에서 벌어진 약탈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라고 평론했다.

선량한 시민이었던 이들이 어째서 한순간에 폭도로 변환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집단에서 오는 군중심리 효과였다. 많은 수가 저지른 위법은 처벌하기 어려운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이런 현상은 축구 경기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한데 모여 큰 집단을 이룬 축구팬들은 집단적 분위기 속에서 공공 기물을 망가뜨리거나 상대방 팀의 팬을 공격하고 심지어 경찰에게 맞서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집단속에서 자신을 잃고 도덕과 규칙까지 내팽개 치면서 사회적 규범에 반 하는 행동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개인이 집단의 일부가 되면서 일종의 익명성을 갖기 때문이다. 자신을 드러낼 필요가 없는 익명 상태는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회적 행동규범에서 자유로워지다 보니 급기야는 함부로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한 여성 운전자에게 신호가 초록불로 바뀐 후에 12초 동안서 있다가 출발할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뒤에 선 차들이 일반 차량인 경우와 천장이 없는 오픈카일 경우에 경적의 빈도수를 기록해 보았다. 결과는 일반차량의 운전자들이 오픈카 운전자들에 비해 더욱 적극적이었다. 이들이 경적을 올리기 시작한 시점은 후자의 3분의 1 정도 더 빨랐다. 빈도도 두 배에 달 했으며 지속 시간 역시 두 배의 가까웠다. 사방에 막힌 차 안에 앉은 채 자신을 노출하지 않은 일반차량의 운전자는 익명성이 보장되어 더욱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것이다.

한편 특정한 환경 역시 사람들에게 순간적인 익명성을 부여한다. 미국 심리학자 필립 짐바 도 Philip G. Zimbardo는 두 대의 실험용 차량을 각각 뉴욕 브룽크스 에 위치한 뉴욕시립대학 근처와 캘리포니아에 있는 스탠퍼드대학 근처에 두었다. 두 차량은 번호판을 떼고 천장 덮개를 열어두어 한눈에 보아도 주인 없는 차 같았다. 브룽크스에서 48 시간도 지나기 전에 말쑥한 차림을 한 행인들이 대낮에 부품을 뜯어 가거나 아무런 이유 없이 차를 망가뜨리고 지나갔다. 치안상태가 비교적 좋지 않고 혼잡한 브룽크스의 환경이 사람들에게 일정한 익명성을 부여한 탓이다.

단면 스탠퍼드대학 근처에 세워둔 촬영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무사했고 행인들은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실험을 끝낸 짐바도가 자동차를 가져가려고 하자 행인 3명이 차를 훔쳐 가려한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일까지 있었다.

장계 일행이 왜 따 남자의 도착하자 엉뚱한 마음을 먹게 된 것은 장소에 특성이 익명성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적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와 제약, 규제가 자유를 억압한다고 느낀다. 당신뿐만이 아니다. 누구나 다 그렇다. 사람들이 안전을 지키는 선에서 더불어 사는 사회의 범주안에서 이를 어떤 방법으로 해소할지 고민해 보자.

출처: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1> 혼란한 난세에는 만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에서 부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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